오는 4월11일 치러질 19대 총선을 앞두고 정개특위가 결정한 선거구 경계조정이 상당수 지역에서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나서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경기도내에서는 용인시와 수원시에서 단체장과 지방의회의장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19대 총선 '보이콧'과 함께 자신들이 살지도 않는 타지역 선거구의 후보 낙선운동을 거론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이는 자신의 다리가 아닌 남의 다리를 긁게 만든 선거구 획정때문이다.
용인시의 경우 김학규 용인시장과 이상철 용인시의회의장, 이성규 고문변호사, 동백동·마북동·상현2동 주민대표들은 6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는 5일 헌법소원을 청구한 수원시에 이어 도내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두 번째다.
이들은 청구서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구 경계 조정은 행정구역, 인구수, 지역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선거구 획정의 기본 취지를 무시한 것으로, 효력이 정지되고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평등 원칙을 도외시하고 선거구를 조정한 것으로, 이는 결국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개특위는 이번 선거구 획정을 통해 행정구역상 기흥구 관할구역인 동백동과 마북동을 처인구에 편입하고, 수지구 상현2동을 기흥구에 편입했다.
이에 대해 해당지역 예비후보는 물론 시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 1월26일 국회 정개특위에 용인시 선거구 분구와 관련해 인구 37만명이 넘는 기흥구를 2개 선거구로 분구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제출한 바 있으나 묵살당했다"면서 "이번에는 말도 안되는 선거구 경계조정으로 시민들과 예비후보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게됐다"고 말했다.
필자는 지난 1985년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로 일할 당시 이와 비슷한 경우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아파트가 1천세대 이상이면 단지내 초등학교 부지를 마련해야 했다.
먼 동네가 아닌 학생들이 사는 동네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그런데 정자동 소재 D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는 장난질을 쳤다.
단지내 학교부지에 3개동의 아파트를 더 지어 분양하는 대신에 단지로부터 인접한  모 종중의 묘역을 사들여 학교부지만 확보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필자는 이때문에 아파트에 사는 초등생들이 버스를 두, 세번이나 갈아타고 먼거리에 있는 학교로 등하교해야 하는 문제점을 집중보도했다.
이 문제는 당시 지역 국회의원인 고(故) 이병희 의원이 국회에서 집단청원으로 소개했다.
또한 감사원의 집중감사로 이어져 수원시와 수원시 교육청 공무원 등 20여명이 중징계를 받는 파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야 아파트 단지로부터 가까운 곳에 학교가 들어섰지만 수년간 어린 학생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남의 다리는 아무리 긁어도 시원할 수가 없다.
내가 사는 동네를 위해 일할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동네 국회의원을 뽑으라는 선거구 경계조정은 골프장에서 2번 홀에서 플레이를 하는 골퍼가 5 홀이나 6 홀을 향해 골프공을 치라는 격이다.
내가 사는 동네의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네에서 일할 국회의원을 뽑으라는 꼴이 된 선거구 경계조정.
선거후유증 못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기 전에 올바른 선거구 경계조정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김찬형 기자  kch-87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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